그날, 시계를 본 사람
나는 8살이었다.
‘죽음’이라는 단어는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어떤 경험인지, 어떤 감정인지, 아직은 와닿지 않던 나이였다.
외할아버지는 오랫동안 아프셨고 내가 기억하는 그분은 거의 말도 하지 못하던 분이었다.
그래서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그날,
슬프다기보다는 엄마가 울었기 때문에 나도 같이 울었던 것 같다.
눈물은 났지만, 진짜로 ‘그가 떠났다’는 실감은 없었다.
그런데 그날의 이야기 중 하나가 내 삶에 오래도록 남아 있다.
임종을 지키던 엄마와 이모들은 외할아버지가 자꾸 시계를 바라보셨다고 말했다.
의식이 희미해져가는 그 순간에도, 자꾸만 시계를 보았다고.
나는 그 장면을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 말은 이상하게 내 마음에 아주 깊이 남았다.
그의 마지막 기억 속에서
시계는 도대체 어떤 의미였을까.
정말 시간이 다 된 걸 느끼셨던 걸까?
죽음이라는 게 그렇게 가까이 다가오면 시간이라는 감각이 특별해지는 걸까?
30대에 접어든 나는,
그 이후로 더 많은 죽음의 순간들을 겪었다.
어릴 적에는 ‘먼 일’ 같았던 이별이 하나둘 가까워지고, 자주 찾아오고,
당연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피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해졌다.
죽음을 가까이에서 볼수록 시간이란 존재가 점점 더 무섭게 느껴진다.
늘 곁에 있지만, 결코 손에 잡히지 않고, 아무도 멈출 수 없는 무언가.
침묵하면서 모든 걸 데려가는 무언가.
나는 시간이 무섭다.
그저 흐르는 것이지만, 그 흐름 속에서
우리는 모두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는 걸
점점 더 자주, 더 선명하게 느끼게 된다.
투박한 생각 일기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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