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예림의 여행 기록

Ep 02. 가장 신나는 순간마다 함께하는 'Gopro'

울림소리 2023. 5. 15. 20:02

여러분의 인생에서 가장 신나는 순간에 꼭 함께 하는 물건은 무엇인가요?


2016년, 갑자기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에서 멋모르고 구매한 고프로 '히어로 플러스'

원래 고프로는 보통 고프로 4, 고프로 5~ 현재 고프로 11까지 새로운 모델마다 번호가 붙어서 나오는데,

내가 처음 산 모델은 워낙 저렴이 모델이라... 번호도 없었다.

그리고 뒷면에 스크린도 없었다. 오직 믿을 건 나의 감각뿐!

(하지만 고프로 특성상 워낙 광각이라 대충 가운데만 맞추면 다 잘 찍히긴 했다.)

사실 고프로를 잘 몰랐는데 그냥 다이빙 다니다 보니 이런 게 있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 사서 다이빙 다닐 때 쓰면 참 좋겠다고 생각하며 한동안 잊고 살았었다.

그러다, 호주 시드니에서 어학연수를 8주간 하는 중이었는데 주말에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들어간 JB Hi-fi (한국으로 치면 하이마트 느낌)에서 덜컥 구매했다.

물론 그때는 일을 하지 않을 때라 가장 싼 모델로...!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 같은 히어로 플러스 모델인데 스크린 달려있는 제품을 보자마자

기존에 구매한 제품은 예비용으로 쓰겠다고 생각하며 한 개 더 구매했다...

괜히 뿌듯하고 신이 나서 침대에서 뜯어서 만지작거리면서 얼른 멋진 곳에 가서 써보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구매한 다음 주 바로 시드니의 '블루마운틴'으로 떠났다.

22살 젊음의 패기로 블루마운틴의 여러 코스 중 무려 5시간짜리를 일행과 골라서 열심히 걸었다.

지금은 5시간 등산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테지만...

이것저것 사진도 찍어보고 영상도 찍어보고 신나게 돌아다녔다.

고프로를 들고 영상을 찍으면서 다니니까 괜히 내가 엄청난 모험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때는 고프로로 촬영한 영상이나 사진들은 모두 바로 노트북에 옮겨서 파일명도 하나하나 편집했다.

위의 영상 파일명은 '예림이 고프로 첫 영상'...;;

그렇게 시작된 나와 고프로의 동행은 호주를 시작으로

뉴질랜드,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볼리비아, 칠레 까지의 긴 여정을 함께했다.

게다가 이 고프로는 고장도 안 나고 저렴한 모델이라 부담없이 언제든지 들고다니면서 무려 총 7년을 나와 함께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순간인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나를 찍기도 하고 같이 다이빙했던 많은 사람들도 찍어주었고, 뉴질랜드에서 래프팅을 할 때, 페루 마추픽추를 올라갈 때, 페루에서 버기카를 타고 사막을 달릴 때,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을 갔을 때 등등 항상 내가 가장 신나있는 순간에 들고 다니면서 촬영했다.

 

시간이 흘러 내 고프로의 배터리가 너무 빨리 닳고, 내 고프로를 보는 사람들마다 이건 대체 언제 적 모델이냐며 신기해하면서 이걸 바꿔야 하나 계속 고민하면서도... 뭔가 휙 새 고프로를 사는 게 내키지 않아서 꾸준히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점점 내 고프로가 '그만 날 좀 보내줘'라고 하듯이 고장 나는 횟수가 잦아지고 작동이 되지 않아

7년을 버티다 버티다 올해 새로 고프로 세트를 맞췄다.

전에 폐차하면 괜히 서운하고 기분 이상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내가 딱 그런 기분이었다.

그래서 올해 4월에 시밀란 리브의 보드를 떠날 땐 새 고프로를 들고 갔... 지만 원래 고프로도 예비용으로 들고 갔다.

절대 놓고 갈 수 없지. 뭔가 이 옛날 고프로를 가방에 넣어야 정말 여행 가는 기분이 난다.

 

어릴 때 꼭 안고 자는 애착 인형처럼 내 애착 여행 용품 고프로

이 고프로가 전원조차 들어오지 않을 때까지... 아니 전원이 들어오지 않아도 이건 부적처럼 들고 다녀야겠다.

내 20대의 가장 반짝이고 신나는 순간들 담아 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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