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예림의 여행 기록

Ep 05. 촌년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여행

울림소리 2023. 6. 5. 18:45

저는 산 vs 바다 중 고르자면 바다, 도시 vs 자연 중 고르자면 자연입니다.

하지만 제가 유일하게 도시에서 건물을 보고 제가 그렇게 좋아하는 바다를 본 것만큼 행복한 날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인지, 중학교 때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미술 책에서 오페라하우스 사진을 보았습니다.

굉장히 신기하게 생긴 건축물이라 강한 인상이 남았습니다.

어릴 때는 그저 막연히 오페라하우스를 실제로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만 몇 번 했었습니다.

그 후로 방송이나 다른 매체에서 오페라하우스를 보면 그나마 아는 외국 건축물에 괜히 반갑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22살,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정 후 도시를 정할 때

별 조사 없이 그냥 시드니로 정했습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헷갈려 하듯이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이지만

시드니는 호주 여러 도시들 중 유난히 머리에 박힌 도시라서 저도 그냥 시드니에 가고 싶었습니다.

뭣도 모르고 시드니에 도착한 첫 주에는 어학연수가 시작되기 전이라서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드디어 어릴 때 미술책에서나 보던 오페라하우스를 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때는 혼자서 돌아다닌 경험이 전무한 때라서,

긴장을 잔뜩 하면서 구글 지도에 몇 번이나 갔다 돌아오는 길을 검색해서 외웠습니다.

혹시나 휴대폰이 꺼지지 않을까 걱정하면서요...

이날 혼자 호주에서 버스를 처음 타봤습니다.

당시 제가 홈스테이 하던 곳은 시드니에서 살짝 외곽이라 버스를 타고 달링하버로 간 다음

페리를 타고 오페라하우스로 가기로 했습니다.

대중교통이 배라니!

정말 신기하게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사실 지금도 그 거대한 도시에 대중교통으로 큰 배가 다니는 건 신기해요.

첫날 홈스테이 엄마(mum)가 사준 OPAL 교통카드를 야무지게 찍으면서 다녔습니다.

 

페리 2층으로 올라가서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가 처음 보인 순간 가슴이 벅찼습니다.

'가슴이 벅차다'라는 표현을 평소에는 거의 쓰지 않고 저는 그렇게 감성적인 사람도 아니지만...

정말 이 순간에 대해서는 저의 부족한 표현력으로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그렇게 가슴이 벅차던 이유는...

하버 브리지가 웅장해서, 오페라하우스가 너무 멋져서가 아니라

그냥 제가 거기 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했어요!! 하하

사실 호주로 떠나기 전까지 저는 휴학을 하고 돈을 모으던 시기였습니다.

이때는 '2년 휴학하고 1년 돈 벌어서 1년 세계 여행 가야지'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마침 공대생이라 대학 동기들이 다 군대에 가서 학교에 사람이 없어 심심하던 때라 휴학했거든요.

그래서 거의 8개월간 정말 열심히 일만 했습니다. 쓰리잡을 뛰면서 매일 피곤에 절어있었고,

과연 내가 진짜 떠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만 하고 휴학하고 노는 게 맞는 걸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어요.

그런데 딱 그 페리에서 하버브리지를 지나 오페라하우스로 가는 순간의

화창했던 날씨와 바람 그리고 뭔지 모를 엄청난 상쾌함과 설렘은 인생에서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고 생각해 보면 아마 그때 제가 느꼈던 감정은 성취감이 제일 컸던 같습니다.

내가 이곳에 스스로 돈 벌어서 왔다, 그렇게 미술책에서만 보던 신기한 장소를 내 힘으로 왔다!는 뿌듯함에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가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가본 여행지 중 가장 인상 깊은 장소는 어디인가요?

나예림의 여행 기록_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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